2014년 10월 13일 월요일

공부의 비결

■ 학습카드 만들기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 A4 용지 크기의 종이 한 묶음을 준비한다. 종이가 너무 얇으면 좋지 않다. 이 종이는 앞으로 고생을 많이 할 테니까. 이제 그 종이를 한 번, 두 번, 세 번 접은 다음 자른다. 그러면 세로 7 센티미터, 가로 10.5 센티미터 정도의 쪽지가 생긴다. 나는 이제 이 쪽지들을 학습카드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럼 이제 이 카드가 들어갈 카드 상자를 만들자. 상자는 길이가 30센티미터 정도에 폭이 11센티미터 정도면 좋다. 옆벽의 높이는 카드가 밖에서 보이도록 5센티미터 정도로 만든다. 하지만 이 상자를 나무로 만들거나 풀칠을 할 필요는 없다. 얇지만 단단한 마분지면 충분하고, 옆면은 작은 스테이플러로 고정하면 그만이다.

상자를 다 만들었다면 같은 재료를 가지고 상자의 칸을 만든다. 첫 번째 칸은 가장 작게 만든다. 옆에서 보면 폭이 1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칸은 폭이 2센티미터 정도, 세 번째 칸은 5센티미터, 네 번째 칸은 8센티미터 정도로 만든다. 가장 뒤의 다섯 번째 칸은 15센티미터 정도 폭이 될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일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를 배운다고 치자. 교재도 한 권 샀다면 이 교재의 1과에 나오는 단어와 숙어를 학습카드에 적는다. 카드 한 장에는 한 단어 또는 한 문장만 적는다. 카드의 앞면에는 우리말을 적고 뒷면에는 이탈리아어를 적는다.

카드를 30개나 40개 쓴 다음에는 그 다발을 우리가 만든 상자의 가장 좁은 첫 번째 칸에 넣는다. 이때, 우리말이 쓰인 앞면이 앞으로 오게한다.

이제 가장 앞에 들어 있는 카드들을 꺼낸다. 그러고는 우리말을 보고 거기 해당하는 이탈리아어 단어를 기억해본다.

이렇게 되면 여러분은 이미 학습과정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공부가 중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비웃겠지만, 바로 이렇게 간단한 일이 공부다. 공부에 쏟아붓는 노력의 양이 학습 성과를 좌우한다거나, 공부할 때는 심각하고 고통스럽게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자. 우리는 힘든 노동이나 근육운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뇌에는 근육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두통을 겪지 않고도 머리를 훈련시킬 수 있다.

■ 카드를 이용한 암기의 기술

단어나 다른 뭔가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 머리를 쥐어짤 필요도 없다. 우리말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어 단어를 기억해내기 위해 2, 3초 생각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고통스럽게 애쓸 필요는 없다.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다. 그냥 카드를 뒤져서 거기 적힌 단어를 읽으면 답을 알 수 있는데, 왜 자신을 괴롭히는가?

그리고 난 뒤 우리는 기억이 나지 않았던 이 카드를 그대로 첫 번째 칸에 넣되, 카드의 맨 뒤에 넣기로 한다. 절대로 실망하거나 속상해하지 말라. 대신 첫 번째 카드가 된 두 번째 카드를 앞으로 꺼내서 다시 그 단어를 기억하려고 해보라.

이번에는 단어가 생각난다. 그러면 카드를 뒤집어서 맞는지를 확인한다. 정확하게 기억했으면 그 카드를 상자의 두 번째 칸에 넣고 한동안 이 단어는 잊는다. 그게 아니면 답을 확인한 뒤에 다시 첫 번째 칸의 맨 뒤에 넣어둔다. 간단하다. 이런 식으로 첫 번째 칸의 카드를 모두 공부한다. 단어를 알면 그 카드는 두 번째 칸에 넣고, 모르는 단어는 첫 번째 칸의 뒤쪽에 넣는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단어를 적는 동안 외운 단어들은 즉시 뒤로 미루어놓을 수가 있다. 이 단어들은 두 번째 칸에 조용히 들어가 있으니 당분간 복습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필요 없는 반복을 줄이는 일이다.

그러면 첫 번째 칸에는 1회 때 기억하지 못한 카드들만 남는다. 그 다음에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서 같은 절차를 반복한다. 이때 기억하는 단어들의 카드는 두 번째 칸으로 옮겨간다. 아직도 기억이 안 나면 첫 번째 칸의 맨 뒤쪽에 넣어둔다.

이제 여러분은 이 방법이 지닌 두 가지 장점을 분명하게 알았을 것이다. 첫 번째 장점은, 쓸데없는 반복을 줄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단어는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면 아주 어려운 단어는 세 번이나 네 번, 어쩌면 열 번도 넘게 반복을 하게 되고, 금방 소화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은 한두 번에 끝난다.

이런 절차를 30~40개의 단어 중에서 첫 번째 칸에 서너 개만 남을 때까지 계속한다. 아직 남겨진 것들은 아마 개선의 여지가 없는 단어들일 것이다. 이 단어들은 두 번째 칸으로 조기 은퇴할 자격이 없고, 계속 첫 번째 칸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2과 역시 이런 식으로 학습카드를 만들어 공부할 수 있다. 전날 어려웠던 단어들은 다시 한 번 이 기계 속으로 들어간다. 이 단어들도 쉬워지면 두 번째 칸으로 자리를 옮긴다.

■ 좋은 것만 그릇에 담아라

이런 식으로 세 과나 네 과를 공부하고 나면, 지금까지 말 잘 듣는 단어들이 평화롭게 휴가를 보내고 있는 둘째 칸이 너무 비좁아 진다. 이제는 카드 하나 들어갈 자리도 없다. 바로 우리가 기다렸던 결과다. 이탈리아어 단어를 한 번 공부하기는 했지만 망각이라는 저주는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단어들은 저항이 좀 생겼을 수는 있지만 망각에 대해 면역성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단어들은 여전히 잊어버릴 가능성이 많다.

에빙하우스의 실험에서 우리는 망각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한 언어의 여러 단어들을 공부했으므로, 역행억제가 생겨나 이미 배운 내용의 일부를 잊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둘째 칸의 폭을 2센티미터밖에 안 되도록 만들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칸에서 맨 앞에 들어 있는 카드들을 꺼내 그 단어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해본다. 단어가 생각나면 그 카드는 이제 세 번째 칸으로 들어간다. 그 칸은 두 번째 칸보다 훨씬 크다. 한 번 들어간 카드는 더욱 푹, 어쩌면 몇 주일 동안 쉴 수도 있다. 그 기간은 우리가 공부하는 속도에 달려 있다. 만약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카드들은 다시 첫 번째 칸으로, 거기서 쉬고 있는 카드들은 맨 뒤에 넣는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 칸도, 카드가 손가락 두께 정도 남을 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한다.

완벽주의에 빠져서 한 칸을 완전히 비워버리는 일은 좋지 않다. 그렇게 하면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흐름이 깨지게 된다.

* 다음의 사항들은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
- 둘째 칸의 카드는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을 때에만 꺼낸다.
- 둘째 칸을 앞에서 뒤로, 손가락 두께 정도가 남을 때까지만 비운다.
- 둘째 칸의 단어 중에서 아직도 잘 기억하는 것들은 셋째 칸으로 옮긴다.
- 그 사이에 잊어버린 단어는 둘째 칸에서 다시 첫째 칸으로 옮긴다.
- 학습 카드는 계속 이동한다. 기억이 나면 뒤 칸으로, 기억이 나지 않으면 첫째 칸으로

두 번째 칸에 자리가 넉넉해지면, 다시 첫째 칸에 새로운 단어를 채워 넣고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면 된다. 둘째 칸이 다시 차면 앞에서 말한 절차대로 또 자리를 낸다.

아마 1주일이나 그 이상이 자니고 나면 세 번째 칸도 채워질 것이다. 그러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둘째 칸에서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 칸에도 다시 자리를 낸다. 잊어버린 단어의 카드는 첫째 칸에 넣고, 아직도 기억나는 단어들은 넷째 칸에 넣는다. 셋째 칸 역시 손가락 두께만큼만 남겨놓는다는 규칙이 적용된다. 그리고 나중에-여러 달이 흐를 수도 있는데-네 번째 칸과 다섯 번째 칸도 꽉 차면 같은 절차를 반복한다. 이제 학습카드 사용법을 확실히 배웠을 것이다.

* 잘 아는 단어는 언제나 바로 그 다음 칸에 넣는다.
* 전혀 모르거나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단어는 첫 번째 칸에 그대로 있거나 첫 번째 칸으로 되돌린다.

이 놀이는 어떻게 보면 보드게임과 비슷하다. 사실 규칙은 오히려 더 간단한데, 실수를 하면 카드는 첫 칸으로 돌아오고, 맞으면 그 다음 칸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칸도 꽉 차고 다시(이번에도 손가락 두께만큼을 남겨놓고) 비워야 할 때가 되면, 거기 들어있는 단어 카드 중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은 과감히 버리자. 이 카드들은 몇 달을 거치면서 여러 번 시험을 보았고 합격했다. 그러므로 그렇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 학습카드의 장점

이 학습카드는 외국어의 정확한 발음과 억양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외국어 발음의 기초는 읽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듣고 말하면서 배운다. 거기에는 교사나 음반이나 녹음테이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외국어를 귀로 듣고 혀로 발음할 수 있다면, 그리고 따라해야 할 발음을 이미 충분히 들었다면, 학습카드가 개별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기억하는 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단어의 발음은 사전에 음성부호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카드 뒷장의 외국어 옆에 적어놓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앞에서 이 카드를 ‘모든 사람을 위한 학습기계’라고 불렀다. 이 카드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 공부할 내용을 작은 부분들로 나눌 수 있다.
* 좋은 교재가 있다면, 공부할 작은 단위 하나하나를(학습기계에서는 ‘프레임’이라고 불린다) 내용에 따라 논리적으로 서로 연결시킬 수 있다.
* 학습 속도와 반복 횟수를 학생의 지능과 노력에 맞출 수 있다.
* 분명하게 기억한 내용을 확인하며 복습하는 횟수는 많아야 다섯 번을 넘지 않는다.
* 반면에 잊어버린 내용은 필요한 만큼 반복한다.
* 이렇게 해서 학생들은 공부에서 가장 지긋지긋한 짐, 즉 이미 알고 있고 따라서 흥미도 없는 내용을 복습해야 하는 지옥에서 해방된다.
* 학생이 학습과정을 몇 주일 동안 중단했더라도 어디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지 찾는 게 아주 쉽다. 공부할 단어들은 다시 공부할 순서대로 카드 상자에 그대로 들어 있다.
* 누구나 자신의 카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
* 학습카드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 모든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학습카드 역시 학습기계가 받았던 공격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학습기계가 너무 기계적인데다 이해를 도외시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어서 학생들을 내용 안으로 생동감 있게 끌어들여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일은 생생한 수업과 살아 있는 인간, 즉 교사만이 할 수 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 암기에 대한 이해

많은 보수적인 교사들은 암기를 세상의 유일한 학습방법인 양 중시해왔다. 그밖에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은 역시 그들만큼이나 교조적으로 이해와 통찰을 통한 학습법을 추종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암기를 혐오한다.

사실 그들 모두 문제도 아닌 문제를 두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학생이 ‘통찰하며’ 배우느냐, ‘외우면서’ 배우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학생이 그 내용을 배우는가, 배운다면 어떻게 배우는가, 그리고 나중에도 그 내용을 정말로 기억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 비록 사람들이 나쁜 방식으로 암기를 하고 있다고 해서 암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암기와 다른 방식과의 차이는 우선 그 성과, 즉 무엇인가를 외워서 할 수 있다는 차이다. 이 목적에 도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지나친 노력이 필요하다면 그 방법이 나쁠 뿐이다.
* 통찰을 통해 이루어진 학습의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지속되지만 영원히 유지되지는 않는다. 통찰이 기억을 대신할 수는 없다.
* 암기가 이해를 방해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기억해야 이해할 수 있다.
* 통찰한 내용도 연수나 수치와 마찬가지로 공부하고 기억해야 한다. 즉, 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학습에는 반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고, 필요한 복습을 경제적으로 조직할 수 있으므로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 학습을 위한 두 가지 제안 : 주변의 자극도 함께 암기된다.

* 학습내용을 추상적으로, 즉 외적인 자극과의 관련을 모두 끊고 공부하면 절대로 안 된다. 글로 쓴 자료에서 눈을 떼고 잠시 개념을 머릿속에 그려보라. 여기서만은 잠깐 하늘을 우러러보는 일이 정당화된다. 개념은 글자보다 더 잘 기억된다.

* 같은 내용을 반복할 때는 가급적이면 다른 환경에서, 기분과 상황이 지난번과는 다를 때에 하는 것이 좋다. 자극이 주어지는 상황을 바꿈으로써 애초에 원하지 않았던 무의미한 자극에 대한 반응을 분리해낼 수 있다.



1차 : 공부의 비결 (도서)
2차 출처 :감오행 http://blog.naver.com/aircong/20017390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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